고양이와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

고양이 2012.08.13 17:36
사촌 오빠가 무언가 기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며 고양이 어떻냐고 두어번 물어봤다.
극구 반대했다.
그냥 컴퓨터 게임을 하라고 했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집에서 개는 한마리씩 여러번 길렀지만 돌보는 것은 내가 아니었고 
날 추스리기도 힘들만큼 게으르니 뭔가를 돌본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동생이 어린 스코티시 폴드를 잠시 데리고 있었던 적이 있는데 순하고 조용한데다 귀엽긴 했다.
하지만 현관에 집과 화장실이 있다고 해서 고양이가 거기에만 머무르는 것도 아니었고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하필이면 고양이 싫어하시는 할머니가 계신 안방...
동물을 집안에서 기르는 문제에 대해 처음 생각해본 것은 그때였는데
털달린 짐승을 집안에 들이는 것은 가족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기에
동생에게 고양이를 주인에게 데려다주라 했다.
지금도 이 문제에 대해선 당시의 동생편을 들어줄 수가 없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인터넷 상에 이미지가 넘쳐나기 시작하고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예쁜 고양이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점차 나도 고양이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10년 이상 살 동물을 책임지는 것에 대해 심각히 고민할 만큼 신중한 사람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의도치 않게 고양이를 입양하여 오랜 시간 잘 지내는 사람도 많지만
입양글보다 넘쳐나게 많은 분양글과 파양글의 이유를 보면서
내 인생에 닥칠 여러 상황들도 상정해보곤 했다.
고양이를 기르며 카페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대부분 미혼 여성이라는 점에서
결혼이 고양이에게 미칠 악영향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이 원룸에서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고양이 입장에선 행복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게다가 나는 고양이에게 비우호적인 이 사회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어른이었다.

고양이 사진을 구경하고 다닌게 일년, 고양이 정보를 얻으러 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하고 들락거린게 일년.
고양이 카페도 여러 번 가봤고 탁묘도 한 번 해봤으며 길고양이도 눈여겨보고
일부러 단점만을 찾아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2년동안 충분히 고민하고 정보를 얻고 결심을 다졌다. 
길가에서 고양이가 날 데려가 달라며 따라오는 행운같은 것은 있을리가 없기에 분양글도 많이 봤다.
냥이네 후원란의 고양이들이 일순위였는데 당시 내 생활이 집에 있는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았기에
아무 경험없는 내가 몸과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결정을 내렸다.
두번째 입양을 하게 된다면 그땐 갈 곳 없는 아이를 데려오자며
첫 입양은 손이 덜가고 성격이 무난한 아이가 좋을 거라 생각했다.

남들이 보기엔 진짜 걱정만 많고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할만큼 이렇게까지 마음의 준비를 한 나였지만
이론과 실제는 너무나 다르다는 진리를 떠올리는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별다른 고민없이 그냥 무언가를 기르고 싶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절대 반대다.
미냥이 일곱살인 지금도 예전의 결심들이 가끔씩 무너지는 판인데 무슨.

사료 냄새, 분뇨 냄새,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모래,
아무리 청소해도 뒤돌아서면 떨어져있고 어딘가에서 나오고 옷에 박히고 떨어지지 않는 털들,
외출시 문앞에서 울어대는 소리, 밤에 우다다 뛰어다니는 소리, 불임 수술 전의 발정,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헤어볼,
연약한 비뇨계로 인한 혈뇨, 결석, 비듬, 곰팡이성 피부염, 턱 여드름, 구토,
툭하면 매달려서 구멍이 벌어지고 뜯어진 방충망,
스크래처가 있음에도 긁어대는 욕실 매트, 의자 커버, 방석, 책장의 책들,
늘 깔고 앉아 털투성이가 되고 꾹꾹이로 구멍이 나는 실내용 슬리퍼, 
풀어헤쳐놓고 찢어놓는 키친타월, 휴지,
유제품과 고기에 대한 집착으로 엉망진창이 된 휴지통,
목욕시의 반항과 울음과 덜덜 떨며 해대는 응가,
고양이가 튀어나올까봐 조심해서 여닫는 현관문,
극히 적은 고양이 전문 병원, 
장기간 부재시 맡길 곳도 사람도 드문 환경,
고양이를 싫어하는 가족들, 지인들의 잔소리,
그밖에 지금 생각나지 않는 모든 것들. 

고양이를 기를때의 단점에 대해 열변을 토했지만
그래도 귀엽지? 라는 한마디에 그건 그래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거 하나로 다 참는 거지.